속담이나 어른들의 말씀 속에 있는 의학상식 진료실 이야기

지금부터 말씀 드리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그러니, 그냥 재미로 읽어주십시오...^^ 환자와 대화를 하면서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 것입니다.

1.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사촌이 땅을 사면 왜 배가 아플까요? 스트레스성 질환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땅을 사는 것은 괜찮지만 사촌이 사면 시기심이 일어날 테니까요. 스트레스와 관계가 가장 깊은 소화기계통의 병은...아마도 과민성장증후군 (irritable bowel syndrome) 아닐까요? 과민성장증후군을 악화시키는 가장 흔한 원인 두가지는 술과 스트레스이니까요..그러니 사촌이 땅을 사면 스트레스를 받고..장이 예민해지면서 살살 아프고 설사도 두어차례하고..그런 걸 오랫동안 경험한 누군가가 만들어낸 말이 아닐까요?

2. 밥먹고 누워자면 소가 된다.
제가 환자들에게 자주 인용하는 말이기는 한데...어렸을 때는 왜 이런 말이 있을까..하고 궁금해했습니다. 어른들이 저에게도 곧잘 하시던 말씀이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 말은 역류성식도염(reflux esophagitis)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식후에 금방 누우면 중력의 작용을 차단하므로 아무래도 음식이나 위액의 역류가 조장됩니다. 동네 누군가가 밥 먹고 매일 누워자더니 끅끅거리며 역류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 아닐까요?

3. 비위가 약하다.
이건 속담은 아니지만...한자를 풀어쓰면 "비장과 위장이 약하다"라는 뜻이지요. 실제 증상은 사소한 육체적이나 정신적인 자극에도 구역질을 하거나 식욕을 잃어버리는 상태를 말하는데...실제로 환자를 많이 보고 내시경검사를 많이 하다보면 그런 경향을 보입니다. 즉, 위염이 심하거나 식도염이 심한 경우 위내시경검사를 잘 못 참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지요. "비위가 평소에 약하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으로 꽤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답니다...^^

4. 간에 기별도 안 간다.
너무 소량의 식사를 했을 때 이런 표현을 많이 하지요? 그런데 이 말에는 비록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과학이 숨어있습니다..실제로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영양소가 분해가 되고 흡수되는데...이 흡수된 영양소는 문맥이라는 혈관으로 집결되어 일단 간으로 모두 흘러들어가게 되어있습니다. 즉 흡수된 영양소는 다른 길로 나갈 수가 없고 무조건 간을 거쳐야 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얼마나 적은 양을 먹었으면 간에 기별도 안 갔겠습니까만은...나름 근거가 있는 얘기인 것입니다...^^

5. 간 떨어질 뻔 했다, 간이 콩알만해졌다.
이건 좀 이해가 안되는 표현입니다. 놀랜다고 간이 떨어질 일도 작아질 일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6. 간이 부었다. 간이 크다. 
배짱이 좋은 사람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는데요...뭐 일견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술을 많이 먹으면 간이 커지고, 지방간이 생기면서 붓기도 하지요. 술을 먹으면 원래 큰소리 빵빵 치는 거는 보통이고..그런 걸 표현했을까요?..^^

7.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
이것도 사연이 있더군요. 옛날 먹을 것이 없어 조금만 가뭄이 들어도 굶어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때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죽을 쑤어 먹었는데 이러면 너무 심한 변비가 생겨 정말 찢어져서 피가 나왔다는...

8. 쓸개빠진 인간, 쓸개에 붙었다 간에 붙었다...
담석증으로 수술을 받은 분에게 제가 농담으로 (물론 자주 뵙고 친한 환자분들입니다) 이제 "쓸개빠진 인간"이 되셨군요? 라고 합니다만...이 말의 유래는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쓸개가 우리 마음 중에 "지조"의 상징이었는지 모르겠네요.

9.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이유없이 낄낄거리고 웃는 사람에게 "허파에 바람이 들었냐?"하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는데...실제로 허파에 바람이 들면 "기흉"이라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폐속에 잇는 공기가 새어나와 흉곽내에 차면서 허파를 누르게 되는 것인데..웃음은 커녕 숨을 잘 못 쉬고 심한경우에는 목숨이 위험해지기도 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더 이상은 생각이 안 납니다. 그럴 듯한 것도 있고 황당한 것도 있습니다. 혹시 생각이 더 나시거나 의견이 있으시면 덧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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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olycle 2008/07/27 01:34 # 답글

    IBS의 진단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전 배변이나 방귀 후 호전되는 임상양상인줄 아랑ㅆ더니 복통이더군요. 아 시험에 나왔는데 틀렸더랍니다. 흑,
  • 늑대별 2008/07/27 02:06 #

    저도 시험을 보라고 했으면 당황했을겁니다...경험적으로 복통을 찍었을 것 같습니다만...^^
  • 나무피리 2008/07/27 12:14 # 답글

    하하핫 이렇게 보니 속담도 꽤 의학지식이 많이 있구나 싶어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는 해설, 재미있었어요^_^
  • 늑대별 2008/07/27 13:29 #

    하하...그런데 저런 걸 증명하기는 어렵지요. 배가 아픈 사람한테 "주위 사람들 중에 큰 부자가 된 사람이 있는 것 아녜요?"라고 물어봤다가는 당장...^^;
  • 꼬깔 2008/07/27 16:10 # 답글

    아하하 :) 재밌어요. :) 사람과 관련한 것은 아니지만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은 어떨까요? 도대체 몇 마리의 간을 빼 먹어야 사람이 될 수.. 아니구나... 가장 와닿았던 것이 허파에 바람든다는 것입니다. :) 허파에 바람들면 큰일 나는데... :)
  • 늑대별 2008/07/27 20:45 #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그것도 참 재미있는 표현이지요...재미있으셨다니 보람이 있습니다..^^
  • byontae 2008/07/27 22:13 # 답글

    간 떨어지다, 에서의 간은 '가장 소중한 장기'라는 의미로 쓰인게 아닐까 싶습니다.
  • 늑대별 2008/07/28 12:19 #

    그럴 지도 모릅니다. 옛날의 간은 지금의 간 (liver)가 아닌 장기를 말하는 것 같더군요. 아니면 영어로도 간이 liver (live + er) 인 것처럼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하는 뜻이 이미 내포되어 있기도 하구요.
  • 南海雙雄 2008/07/28 10:38 # 답글

    속담이 그냥 속담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오랜세월 삶의 지혜가 응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1번 해설이 제일 재미있네요. :)
  • 늑대별 2008/07/28 14:31 #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는 설명이 안 돼도 자주 일어나는 현상을 잘 관찰하면 어떤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그런 게 속담이 되었겠지요. 그러고보면 여기서도 선조들의 지혜를 볼 수 있습니다. 그죠?
  • Ha-1 2008/07/29 16:23 # 답글

    와 재미있습니다 ^^ 그리고 링크 신고드립니다 .(__). (사실은 이미 예전에 눈팅 중이었지만;; )
  • 늑대별 2008/07/29 17:02 #

    감사합니다. 다른 이웃 댁에서 닉을 뵌 것 같습니다...저도 조만간 찾아뵙지요..^^
  • 炎帝 2008/07/30 11:44 # 답글

    쓸개가 지조랑 관련된 기관으로 받아진건 사실입니다.
    무슨 물고기가 지조를 상징하는 물고기인데,
    그 물고기는 쓸개가 없는 물고기는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죠.

    음양오행에서 쓴맛은 인내심과 관련된 맛이라던데, 내장중에 가장 쓰다는 쓸개라 그런게 아닌가 싶군요.
  • 늑대별 2008/07/30 13:32 #

    음...그렇군요. 와신상담이란 말에도 그런 뜻이 숨어있을런지도?
  • Navi. 2009/02/05 18:09 # 삭제 답글

    의학퀴즈 보러 왔다가 블로그 구경하고 있습니다.

    '간이 콩알만한.. 간이 부은..' 이라는 표현은 겁이 있고 없고를 뜻하잖아요. 겁이 없는 사람들은 쉽게 놀라지도 않구요.
    간을 겁의 유무와 관련한 표현으로 쓰게 된 건, 한의학에서 간을 '장군'의 기관이라고 하고 恐驚을 주관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들 쉽게 놀랄 때 肝이 상했다고 보고 진단과 처방에 들어갑니다. 물론 그 肝과 그 liver가 100% 동일한 의미는 아니겠지만요.

    '쓸개빠진..'이라는 표현은 결국 줏대의 유무를 뜻하죠. 이것 역시 한의학에서 쓸개를 '中正'의 기관으로 봤기 때문에 생긴 표현입니다.
    때문에 과단성 없이 우유부단한 사람은 膽이 상했다고 보고 진단과 치료에 들어갑니다. 물론 성격이 우유부단하다고 한의원찾는 사람은 없겠지만 어떤 사람이 다른 주소증으로 내원했을 때라도 그 사람의 성정에서 확인된 膽이 상한 증상은, 진단과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물론 그 膽이 그 GB는 아니겠지만요.

    이번에 올리신 의학퀴즈가 우연히 담과 관련돼 있는데요. 한의사인 제 입장에서는 관심이 가는 건 '왜 어떤 사람은 담석이 있는데도 평생 잘 지내는데, 어떤 사람은 그렇게 갑작스런 통증이 생기는 걸까'하는 부분입니다. 움직이다보면 그런 상황도 생기는 거라고 볼수도 있고 해부학적으로 부분적인 차이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경향성이 좀 있지 않나요. 그냥 전 그 환자분의 외모를 한번쯤은 보고 싶네요.

    아무튼 블로그 내용이 재밌는 게 참 많네요.
    외부블로그로 링크 걸어두고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 ^
  • 늑대별 2009/02/05 18:24 #

    간과 쓸개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제가 잘 모르는 어원을 찾아주셨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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