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나? -격리병실문제 진료실 이야기

A형간염이 많이 돌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했는데...입원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고는 한다.

1. 내가 아닌 가정의학과에서 입원을 시켰는데 입원 후 A형간염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다인실에 있으니 다른 환자에게 2차 감염을 걱정한 (사실 조금 과도한 걱정이었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그 환자에게 1인실을 써야한다고 얘기했고 추가병실료에 대한 사인도 하고 입원해 있다가 좋아져서 퇴원을 했다.  퇴원을 할 때 보니 1인실 병실료가 많이 나온 것은 불문가지...민원을 제기하고 항의를 해 왔다. 병원측에서도 이런 경우 격리병실을 쓰는 것으로 인정을 받으면 환자에게 차액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격리병실료를 공단에서 받으면 되므로 공식적으로 질의를 했는데 그 쪽에서는 기각을 했고..("격리를 해야한다"라는 권고사항은 사실 아무데도 없다. "조심해라"라는 말만 있을 뿐...) 이제 환자는 병원에서 "돈을 벌려고" 고의적으로 1인실을 쓰게 했다고 항의를 하고 있다. 병원경영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치사하게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정말 조금도 없다. 환자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고의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정말...(설명을 못 들었다고 하시니 사과하고 나름대로 다시 설명하고 불만사항을 해결해 드릴 예정이다)
 
2. 얼마전 이 반대의 경우가 있었다. 내 환자였는데..유방암 수술을 하고 항암제 치료를 했던 환자로 지금은 다 회복했는데 배가 아파서 입원했던 환자이다. 검사를 했는데 별 이상이 없어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하고 한가지 검사만 남겨둔 상황이었는데...바로 옆 병상에(역시 다인실을 쓰고 있었으므로) 급성 A형간염 환자가 입원한 것이다. 이 환자..병실을 옮겨달라고 난리...도대체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자신은 면역이 약한(?) 상태인데 옆 환자때문에 너무 불안하단다. 면역이 전혀 약한 상태가 아니신데? 게다가 나이도 40대 중반이라 A형간염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이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그럼 추가비용을 내고 1인실을 쓰시겠는냐고 물으니 그건 또 못하시겠다...어쩌라고? 본인이 봤는데 외과병실이 하나 비었단다. 그 쪽으로 옮겨달라신다. 그러세요..그 병실에 아무리 중한 환자가 와도 불만스러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옮겨드렸다.

사실 A형간염은 증세가 나타나면 이제 거의 바이러스 배출은 없어져서 전염성은 없어진다. 따라서 격리가 그리 필요하지 않다. 결핵도 결핵약을 먹고 2주만 지나면 감염력은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옆에 있는 환자는 불안하겠지..."격리를 해야한다"라는 병이 몇 개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그런 규정이 없이 "그냥 조심해라"가 대부분이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라고 되어있다. 문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격리를 결정하면 그 비용을 고스란히 환자가 물던지 병원에서 부담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의사의 판단"을 심평원이나 보험공단에서 인정을 해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럼 그 부담이 싫어서 격리를 하지 않고 "조심하다가" 누군가에게 전염이 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는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원칙대로 해도...안해도 문제가 생기니...쩝.

덧글

  • 파파울프 2008/06/05 12:59 # 답글

    아무래도... 믿지 못하니 믿는 넘만 병신이라는 풍조가 만연해서인가 봅니다. 광우병도 그렇지만 솔직히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해도 만에 하나 어쩌냐? 라고 이야기를 하고 또 의사가 사실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니 말이지요.
  • 늑대별 2008/06/05 13:52 #

    어부님의 글 중에 "자신이 통제하지 못 하는 위험에 대한 불안'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일 것도 같구요..의사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감도 작용을 하겠지요.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현실이...
  • 어부 2008/06/05 23:17 #

    자신이 관련되면 확률의 기본 전제는 다 날아가 버리니 말입니다.
  • 늑대별 2008/06/05 23:27 #

    정말 "이기적인 유전자"의 탓인가요? 내가 관련되면 확률의 의미가 없는게...하긴 저도 평소에 얘기합니다. 이러이러한 경우 수술을 받으면 90% 생존가능성이 있지만...개인에게는 90%란 있을 수 없다. 0% 아니면 100%라고...
  • 어부 2008/06/05 23:42 #

    저는 '이기적인 유전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상은, '죄수의 딜레마'의 함정을 피하기 쉽지 않습니다. -.-
    그렇더라도, 철저히 '가능성'을 보고 앞일을 결정해야죠. 그래도 안 되면 '재수'인데, '죽을지도 몰라(저렇게 쓰지만 "내 유전자 전달 가능성 사라질수도 있어"라 읽습니다)'란 생각 앞에서 '재수'라 체념하고 담담히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리처드 도킨스는 '지존의 떡밥 고수' 답게 '만들어진 신'에서 달관한 모습을 선보였었죠. ^^
  • 늑대별 2008/06/06 19:26 #

    정말 내 안에 있는 "유전자"가 무섭습니다..^^
  • 작나무 2008/06/07 00:23 # 답글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조의 문제로군요. ;ㅅ;
  • 늑대별 2008/06/07 08:00 #

    그 사이를 잘 빠져나가야지요...곡예운전하듯이..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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