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포를 진료하다.- 비싼 미국 약값 그리고 한국약에 대한 불신.. 진료실 이야기

미국에서 살고 있는 50대 여성분의 진료를 봤습니다. 며칠전에 방문하셔서 몇가지 검사를 받고 오늘 검사결과를 봐 드렸지요.
이분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고 계시면서 B형간염 치료를 받아오던 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차 치료약 (1차 치료약에 내성이 생겼을 때만 처방을 할 수 있는 약)으로 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B형간염의 1차 치료약인 "헵세라"라는 약을 지속적으로 드시는 분입니다. 오랜만에 고국 나들이를 하셨고 오신 길에 검사도 하고 약 처방을 받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없는 분이지요...

간염상태에 대해 검사를 하기 위해 간기능검사와 간암표지자인 AFP검사 및 바이러스 상태를 알 수 있는 DNA검사를 하고 간초음파검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약물치료 덕분에 초음파검사상 간경변이 어느정도 있었으나 혈액검사등은 아주 좋더군요. 바이러스도 현재로서는 검출되지 않았고...좋은 상태라고 알려 드리자 약 처방을 받아도 되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저는 약간 의아해하면서" 미국에서는 보험도 될텐데...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없으니 약 값이 무척 비쌀텐데요?" 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 말씀이 그 "헵세라"라는 약을 미국에서 비보험으로 사면 한달 약값이 약 750-770달러라고 하는군요...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75만원정도..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비보험으로 처방을 해도 한달 약값이 22만원정도 되더라구요...그러니 비보험으로 약을 지으려면 우리나라가 훨씬 싸고 그래서 약을 지어가는 분들이 많답니다..그리고 자기가 미국에서 든 보험은 약값의 30%만 부담해준다고 합니다. 즉 보험을 적용해도 한 달 약값이 50만원이상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간염환자들은 50%부담만 하면 되니까 같은 약을 11만원에 먹을 수 있지요...미국 의료비가 비싸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약값도 많이 다르더군요..선심(?)쓰는 것처럼 90일치 비보험으로 처방해 드렸습니다..

그리고..또 한가지. 막상 약을 처방해 가면서 이 분이 계속 불안해하신 부분이 있었는데...약이 가짜가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약이 너무 싸서...항간에는 (미국교포 사이에 퍼진 소문이겠지만) 한국약이 중국산으로 가짜가 많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입니다...음...이 부분에서 약간 황당했습니다. 그 "헵세라"라는 약은 GSK라는 제약회사에서 독점으로 공급하는 약이고 전문의약품이라 그냥 구할 수 있는 약도 아니랍니다...이 무슨 중국산 비아그라도 아니고..."아! 그럼 미국에서보다 우리나라에 B형간염환자가 훨씬 많은데 그 환자들은 그럼 다 가짜 약 먹고 죽고 있답니까?"...설명하다 하다 결국 약간 언성을 높이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 환자분은 제 설명에 오해를 풀고 처방전을 받아가셨습니다만...미국교포에게는 아직 우리나라가 가짜약이 판치고 있는 후진국이라고 보이는 것 같아 조금 씁쓸했답니다...

덧글

  • 나무피리 2008/05/06 23:45 # 답글

    식코라는 영화를 보고 미국 의료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잘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속 모습은 그렇지 않아 많이 놀라기도 했고요. 우리나라 약에 대한 인식이 그러하다니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래요.

    +첫 덧글이에요. :) 그 병원 이름이 낯익어서 흠칫, 했더랍니다. 자주 놀러올게요. ^^
  • Mizar 2008/05/06 23:50 # 답글

    저런... 약도 약이지만 의사선생님에 대한 신뢰감이 느껴지지 않는 대화였을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확실히 미국에서 아프면 정말 곤란하겠더군요.. 제가 예전에 있을 때엔 다행히 약을 먹을 만큼 아픈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살았습니다만...
  • 늑대별 2008/05/07 00:01 # 답글

    나무피리님// "흠칫" 놀라셨다니 저도 "흠칫"합니다...하하..한 때 유명했던(?) 병원이었죠.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미자르님// 뭐 저와의 대화는 무난했는데..우리나라 약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으셔서 약간 언성을 높인 것 밖에는...(약간 언성을 높인 것은 조금 고집을 피우는 환자를 볼 때 쓰는 전술입니다..^^)
  • 작나무 2008/05/07 01:59 # 답글

    헉.... 미국 의료비 정말 비싸네요.
    저는 중국에서 살고있음다. 여기엔 의료보험 제도 자체가 없지만(사보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주변에는 가입자가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약값은 대략 저렴하더군요. 숙취로 구토가 심해서 -_-;; 위장약 처방받고 링거 하나 맞고 진료비까지 합해서 우리 돈으로 만원 정도 낸 기억이 납니다. 제가 무슨 약을 먹고 무슨 수액을 주입받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살아있음다. -ㅂ-;;;; 가짜약이라고 해야 하나, 카피해서 파는 약(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이 대부분이라 약값이 저렴하다고 하네요. 인건비도 높지 않다는 것도 한 이유겠지요.
    직업때문에 지적재산권 문제에 민감하긴 합니다만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를 토로하는 장기 환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부분도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이니 더 그렇겠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 늑대별 2008/05/07 21:39 # 답글

    작나무님// 중국에 계시는군요? 우리나라돈 만원이면 그 나라에서는 꽤 큰 돈 아닌지 모르겠네요..^^ 어려운 질문을 하셔서..."카피약"은 "가짜약"하고는 다르구요, 라이센스기간이 끝난 약을 국내회사(우리나라에 국한시켜 말합니다)에서 생산하는 것을 소위 "카피약"이라고 하지요...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된 약은 오리지널약과 같은 효능을 갖고 있다고 보구요...대개 오리지널 약보다는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무척이나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구요 제약사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것 아닌지요.."다국적제약회사의 횡포"라는 것은 독점적인 기술과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제약회사가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요...환자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다국적제약회사의 "선량한 자비"가 아니라 의료보험시스템의 적절한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답이 되셨는지요? 허접한 답변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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