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B형간염 환자의 울분... 진료실 이야기

40대의 그 남자분은 3주 남짓 사이에 제 병원을 대여섯번이나 다녀갔습니다. 오늘도 접수를 하셨길래 놀라서 "아니 또 오셨어?"라고 간호사에게 질문할 정도였지요.

그 분은 B형간염으로 약 3년전부터 1년반동안 제픽스라는 간염치료제를 드시다가 작년 초에 그 의사의 지시에 의해 약을 끊은 분입니다. 그 후 한동안 검사를 않고 지내다 작년말부터 몸이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했더니 간수치가 600까지 올라가서 잠시 입원치료를 했다가 저한테까지 오신 분이지요. 지금은 간기능검사는 정상이지만 혈중 바이러스는 아직 많이 높은 상황...항바이러스제를 치료할 수도 있지만 워낙 간기능수치가 많이 올라갔다가 급격히 떨어져서 자연적인 e형 항원의 음전이 이뤄질까 싶어서 한두달만 기다려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이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찜찜합니다.

첫째...환자의 상태가 e형항원이 양성이었고 간기능검사수치가 100을 넘었으며 바이러스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항바이러스제를 시작한 것은 당연한 치료였습니다. 그런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후 몇달이 지나 간기능검사가 정상으로 좋아지자 그 의사는 "간기능검사가 정상이므로 보험급여가 안된다"고 하면서 제픽스를 환자본인 부담100%로 처방을 하였답니다. 그러니까...그 환자는 거의 1년간을 비보험으로 약을 먹은 셈이지요. 치료시점의 간기능검사와 바이러스검사가 보험급여에 인정이 되는 상황이면 제픽스는 평생 보험급여가 되는 데 이게 무슨 경우???

둘째는...제픽스를 끊은 이유도 이상합니다. 혈중 바이러스 양에 대한 언급은 없이 치료 1년6개월만에 "간기능검사가 20정도로 정상이므로 약을 끊어도 되겠다"라고 했다는데...정말 환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황당한 경우가 되겠습니다. B형간염의 치료 목표는 1) 간기능 검사 수치가 정상화 될 것 2) 혈중의 바이러스가 극히 낮아서 검출되지 않을 것 3) e형항원이 양성일 경우 음전이 될 것. 이 세가지가 충족되어야 하고 그래도 재발율이 높아서 이후에도 최소 6개월, 길게는 2년정도를 더 투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간기능검사 수치가 정상이라고 약을 끊어? 이해가 안되더군요.

이 분은...종합병원에서 마지막 검사를 할 때 간경변의 초기 같다는 말을 듣고는 안절부절...어쩔 줄 몰라하십니다. 종합병원의 검사결과는 가져오셨길래 지금은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안심시켜 드리고 예정보다는 조금 빨리 검사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또..처음 치료받았던 의원에서의 검사결과와 챠트를 다 복사해 오시기로 했구요. 그 환자의 얘기를 들으며 제가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환자분도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짐작하시고는 "가서 확 뒤집어 놓을까요?"라고 하시더군요. 강력하게 항의를 하시겠다는 뜻이겠지요. 일단 그러지 마시고 기록만 다 가져오시라고 했습니다. 환자의 말씀에 의하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치료(?)를 한 것이지만 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가져오신 챠트와 기록을 다 점검해 보고 어쩌면 그 의사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만약에 정말 그렇게 엉터리 치료를 했다면...참 문제가 많아보입니다.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인하여 의료과실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이지만...오랜기간동안 수정을 할 기회를 가졌으면서도 그 시간을 허비하고...그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고, 최신지견을 모르면서 환자를 보고 치료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요. 제 자신도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어 봅니다. 혹시나 내가 몰라서, 무식해서 환자를 잘 못 치료하고 있지나 않나...하구요.

노파심에서 덧붙입니다.

* 어쩌면 이 글이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의사들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도 있구요.그렇지만....
*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주말에도 연수강좌를 듣고 열심히 공부한답니다. 그들을 매도하는 사례로 쓰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 그래도...항상 공부하고 발전하는 의사가 되자는, 저를 포함해서...많은 의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뜻입니다.


덧글

  • 2010/07/07 00: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늑대별 2010/07/11 12:01 #

    선무당이 사람 잡는 법이죠.
  • 네비아찌 2010/07/07 01:59 # 답글

    말씀을 들으면서 저도 뜨끔해졌습니다.
    항상 공부하지 않으면 환자분에게 죄를 짓는 것이겠지요.....
    제 시간을 잡아먹는 블로그도 슬슬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늑대별 2010/07/11 12:03 #

    공부하시는 거랑 블로그는 별개..^^ 그럼 저부터 접어야하겠는걸요..^^;
  • 윤구현 2010/07/07 03:47 # 삭제 답글

    오늘 부산에서 모임을 하고 왔는데요....

    비슷한 사례를 뵈었지요....

    뭐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닙니다. -_-
  • 늑대별 2010/07/11 12:03 #

    그런가요..참 답답하고 무섭고 그렇습니다.
  • sikh 2010/07/07 07:29 # 답글

    사람들이 그렇게들 열심히 '잘 봐주는 병원'이나 '종합병원' '대학병원'을 찾는 이유는... 개인병원에서 의심할만한 의사를 많이 겪었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 물론 그런 의사는 10%밖에 안 된다고 해도... 우연히 재수없게 '내'가 걸리면 100%가 되는 거니까요 ㅠ.ㅠ 저도 무식해서인지 돈독이 올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치과의사 때문에 어금니를 날렸기 때문에 병원은 항상 평이라든지 입소문 듣고 다닌답니다;;
  • 늑대별 2010/07/11 19:56 #

    사실 이런 일을 겪으니 드릴 말씀도 없습니다. ㅠㅠ
  • 청양의~ 2010/07/07 09:03 # 삭제 답글

    항상 공부하고 발전하는 의사... 가 되기위해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나자신과 환자와 나아가서는 의료체제의 양적 질적 발전을 꾀할수 있기 때문이겠죠
  • 늑대별 2010/07/11 19:56 #

    의사가 무식한 것은 죄입니다.
  • 먹보 2010/07/07 11:28 # 답글

    심각한 글이네요. 어머니가 아시는 분이 혈압약을 복용했는데 의사 분이 끊어보라고 했답니다..그래서 끊었는데 돌아가셨어요. 혈압약은 평생 먹어야 된다고 하는데 직접적인 요인이 혈압약?떄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약 또한 독성이 있기에 환자는 의사를 믿고 생명을 맏기는 건데 말입니다. 이게 꼭 개인의원에만 국한된 일은 아닌 거 같아요. 개인의 양심에 달려있겠지요.
  • 늑대별 2010/07/11 19:58 #

    사실 그 일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많지만 아무튼... 의사는 공부를 계속해야 합니다.
  • 핑구야 날자 2010/07/07 12:28 # 삭제 답글

    의사도 사람이지만...확인또 확인 했어야... 환자에겐 대론 치명타가..
  • 늑대별 2010/07/11 21:22 #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었으니 더 문제죠.
  • 윤구현 2010/07/07 18:42 # 삭제 답글

    그래서 제가 늘...
    늑대별 선생님이 유명해 지셔서 B형간염환자를 많이 봐야 한다고 말씀 드리는 거에요...

    오늘처럼 환자 없다고 글 올리시면 큰일 나는 겁니다.
  • 늑대별 2010/07/11 21:22 #

    유명해지고 있습니다...ㅋㅋ
  • 윤구현 2010/09/10 12:12 # 답글

    어제 정모에 이분이 오셨습니다...
    직접 들으니 다시 울컥해지던데요...

    그 대학병원에서 들은 진단때문에 걱정이 많으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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