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4년만에 제대로 진단된 궤양성 대장염. 진료실 이야기

2006년 봄...30대 중반의 여성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배가 부글거리고 가끔 설사도 하고...병력과 증상을 자세히 물어보고 간단한 진찰을 했으나 특별하게 기질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어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하고 병의 경과와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등을 설명하고 약을 써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약을 써도 별로 차도가 없는 것이....결국 1년후 후 쯤, 대장내시경검사를 해 보기로 했지요.

대장내시경검사 사진에서 보이는 곳은 대장의 가장 깊숙한 곳, 즉 맹장입니다. 우리가 흔히 맹장이라고 부르는 충수돌기의 입구가 보이는 곳이지요. 제가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 (사실은 그 주위에도 무수하게 있는)에 흰 반점 같은 것이 보이시지요? 점막에 아주 작은 상처가 나 있습니다. 그런데...다른 곳은 다 이상이 없었고 특히나 항문과 가까운 직장의 점막은 아주 정상이었습니다.


이렇게 보이는 소견은 참 애매합니다. 이 대장내시경검사의 소견을 저는 "비전형적인 궤양성대장염"으로 판독을 했습니다. 만약 저 흰 반점 같은 것이 직장에 있었다면 좀 더 확신을 가졌겠지만...궤양성대장염의 가장 큰 특징은 직장부터 시작해서 병변이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이거든요. 조직검사 결과도..궤양성대장염이 의심은 되지만 딱히 결론을 못 내리는 상태...

환자 분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임상적으로는 궤양성대장염 같으니 약을 투여하자고 했습니다. 환자 분은 약간 망설였지만 저를 믿고 따라 주었고 궤양성대장염에 쓰이는 5-ASA 라는 약을 투여하기 시작했지요. 약을 투여하면서...환자의 증상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도대체 치료하는 의사가 확신이 없으니 말이지요...처음 약을 투여하는 때부터 확실한 것은 아니니 약을 쓰다가 대장내시경검사를 다시 해 보기로 했었고..1년쯤 약을 투여한 후 다시 대장내시경검사를 했습니다.

역시 맹장부위인데...처음 검사한 소견과 거의 비슷합니다. 1년을 약을 쓰고 증상도 좋아졌지만 병변은 비슷하고...
직장점막도 역시 비슷....정말 궤양성대장염일까? 하는 의구심이 솟구쳤고...결국 저는 환자 분에게 아무래도 제가 잘 못 추측한 것 같다고 이제 그만 약을 끊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지요. 이번에도 환자분은 잘 따라 주셨습니다.

그리고...1년을 넘게 잘 지내던 그 분은 최근에 항문출혈이 생겼고 대장항문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모 병원에 치핵수술을 하러 가셨다가 직장에 염증이 많으니 대장내시경검사를 해 보자는 얘기를 듣고 곧장 그동안의 주치의였던 저를 찾아오신 것입니다.

이 환자의 경과를 쭉 알고 있었던 저는 이번에는 힘든 대장내시경검사가 아닌,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S자형장내시경검사를 하자고 제안하였고...아니나 다를까..

이제까지 멀쩡했던 직장 점막에 심한 염증을 확인할 수 있었고...전형적인 궤양성대장염을 진단하게 된 것입니다. 무려...4년 가까이 끌어왔던 난제가 풀린 것이었습니다.

환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병이 암이라서 불안한 것보다는 무슨 병인지 모를 때가 가장 힘듭니다. 이번 경우처럼 심증은 가지만 정확한 물증이 없는 경우는 참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지요. 그렇지만 환자분이 저를 믿고 잘 따라와 주셨기 때문에 이번처럼 극적인 진단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사실...이번 경우처럼 모든 병들은 교과서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진행하지를 않습니다. 정말 다양한 형태로 정말 드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모든 병이 교과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고 진찰소견이 나타난다면 병의 진단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처음부터 진단이 안 되었다고 처음 본 의사를 나무라고 돌팔이라고 욕하시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 환자분이 마지막까지 저를 찾아주셔서 망정이지 이 분이 마지막 검사를 다른 곳에서 하셨다면 아마도 제가 완전 돌팔이로 낙인 찍히지 않았을까 한 마음에 간이 오그라들더군요...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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