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의사친구가 오진한 위암... 진료실 이야기

벌써 5년쯤 된 이야기이다.

어느날 나랑 나이가 같은 남자환자가 외래로 왔다. 속이 너무 아프다고..아픈지는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동안 내시경검사는 3번을 받아봤다고 한다. 십이지장궤양으로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있는데 도저히 아파서 안되겠다고..게다가 최근에는 먹지도 못 하고 몸무게도 자꾸 빠지고....그래서 병원을 옮겨서 오게 되었다고...

조금 더 물어보니 가장 최근에 내시경검사는 2개월전에 해 봤고 그 때도 역시 심한 십이지장궤양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검사를 하고 치료를 해 준 사람이 바로 그 환자의 친구인 내과의사였다는 것....그래서 병원을 옮겨서 검사를 하러 왔는데 미안해서 얘기도 못 하고 온 것이란다. 진찰을 해 보니 위가 크게 만져지고 위속에서 뭔가가 꿀렁거리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위에서 장으로 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막혔을 때 보이는 소견인데....최근에는 별로 없지만 옛날에는 꽤 있던 일인데...십이지장궤양이 여러번 재발하고 낫고 하다보면 흉터가 심하게 되어 위에서 장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막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런 것일테지...2개월전에 검사를 했다는데..

그래도 심하게 아픈 환자의 상태를 확인은 해야겠어서 다음 날 위내시경검사를 하게 되었는데..내시경이 위속에 진입해서 아래쪽을 보는 순간..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했다.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나가는 통로(유문이라고 부른다)를 둘러싸고 거의 통로를 막으면서 누르고 있는 불규칙한 모양의 궤양과 종괴들....이것은 분명 위암을 시사하는 소견이었다. 조직검사를 하고...일단은 약을 처방하면서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난 무척 혼란스러웠다. 일단은 꽤 진행된 위암을 늦게 발견하게 된 환자의 예후가 걱정스러웠고 그 다음은 본의 아니게 친구를 아주 나쁜 상황으로 몰고가게 된 그 친구의사가 걱정스러웠다. 환자나 그 친구나..심적인 충격이 엄청날텐데...

며칠 후..조직검사 결과는 분화도가 아주 나쁜 (세포의 분화도가 나쁠수록 빨리 번지고 수술 후에도 재발이 잘된다) 세포였고..그래도 수술을 할 수 있으면 해야 했으므로 그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이송해서 수술을 받게되었다. 몇달 후...내가 보낸 대학병원에서 그 환자를 담당했던 후배의사를 만나서 얘기를 들었는데..수술실에서 배를 열어보니 이미 복강에 암 세포가 다 퍼져있던 암종중이더라고...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고 있지만 예후는 좋지 않을거라고...

이후..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끔씩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생각나던 그 환자가 딱 1년만에 내 진료실로 전화를 했다.  꽤 밝은 목소리로.."저 00인데 기억하시나요?" 반가운 마음에 "네..잘 알고 있죠..그래 어떻게 지내세요?" "선생님 덕분에 수술 잘 하고 항암치료도 잘 되어서 식사도 잘하고 몸무게도 다시 예전처럼 늘었어요..찾아뵙는다, 뵙는다 하기만 하고 못 찾아뵈어서 전화 드립니다. 곧 한 번 찾아뵐께요..."

그러나....난 알고 있었다. 이 환자가 찾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암종증 환자가 수술 받고 항암치료를 하면 한동안은 좋아지지만 대개 1년정도면 다시 재발하고, 재발이 되면 거의 방법이 없다는 것을...그 환자의 밝은 목소리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슬프게 들려왔다..

정말...그 환자는 다시는 소식이 없었다..정확한 소식은 모른다. 그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오진을 했던 그 환자의 친구의사의 소식도 모른다...다만 그 환자도..그 친구도... 어디에서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었으면..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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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organizer 2008/09/28 01:14 # 답글

    (세상 참...)
  • 늑대별 2008/09/28 16:19 #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게 사람이 사는 세상이지요..
  • organizer 2014/04/10 13:52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늑대별님^^
    오랜만에 찾아뵙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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