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치료가 끝났으면 의무기록 복사 해 달라고 하세요. 진료실 이야기

오늘, 50대 남자환자분과 그 부인이 오셨습니다. 2년전 저희 병원에서 위내시경검사를 하셨는데 선종과 이형성증이 발견되어 대학병원에 가셔서 내시경으로 병변이 있는 점막을 떼어내는 치료를 하시라고 검사결과와 함께 보내드렸던 환자이지요. 당시의 주치의는 제가 아니었지만 부인이 전에 저한테 위내시경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지라 제게 추적검사를 받으러 오신 것입니다. 내시경수술을 받은 대학병원은 너무 멀어서 가시기가 어렵다는군요.

2년전 검사를 받았던 기록은 당연히 있으니 다시 사진과 함께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그 대학병원에서 무슨 수술을 받으셨는지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여쭤 보았지요. 그런데....대답은 아주 당연(?)하게도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내시경적으로 수술을 받으셨지만 그래도 입원까지 하시고 치료를 받으셨는데 병명도, 수술의 방법도, 그리고 수술한 결과도 오리무중이라니요? 주치의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는지를 세세히 물어봤더니 "레이저로 수술합니다."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끝나고 조직검사를 보고는 "잘 됐습니다. 1년후에 다시 내시경검사 합시다"라고 했다는군요? 물론, 환자와 보호자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으니..) 설명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부인 말씀..."대학병원은 여기처럼 설명을 자세히 해 주지를 않아서...검사는 엄청나게 많이 했는데 결과를 설명해 주지를 않아요.."

물론, 그 대학병언의 상황은 안 봐도 예상이 됩니다. 환자는 밀려있고 엄청 바빴겠지요. 그러니 설명을 해도 잘 이해는 하지 못 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설명을 할 시간은 당연히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대학병원의 의사들만을 욕할 수는 없는 게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시스템...즉, 대학병원이 중한 환자나 어려운 시술을 하는 환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감기환자까지 몰려가는 의료전달시스템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저는 그 분에게 검사를 해 드리마..라고 약속을 하면서 한가지 팁을 알려드렸습니다. "귀찮으시겠지만 그 병원에 가셔서 서류를 몇가지 복사해 달라고 하십시오. 퇴원을 할 때의 퇴원요약지, 그리고 내시경검사결과지병리검사결과지만이라도 복사를 해 오시면 됩니다. 사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거든요? 그걸 가져오시면 저희 병원 전자챠트시스템에 스캔해서 넣어두면 그 자료는 저희 병원에 계속 보관이 되고...복사해 오신 원본은 환자분이 보관하고 계시다가 혹시 또 다른 병원에 가시게 되면 그걸 의사에게 보여주면 되거든요?"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같은 병원과 같은 의사에게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좋겠지만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대학병원을 가야하고 또 그 질환이 해결되거나 응급상황을 벗어나면 가까운 병의원에서 다시 추적검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기도 하구요. 요즘은 대학병원과 2차병원, 그리고 개인의원간에 환자이송시스템이 발전해서 환자의 치료정보를 주고 받는 곳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한 환자가 알아서 대학병원을 찾아간다면 의뢰와 되의뢰 시스템이 연동이 안 될 수 밖에 없구요.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중요한 의료기록사본을 가져가는 방법입니다. 대개 개인의원이나 2차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의뢰를 할 때는 의사들이 진료의뢰서를 쓰고 중요한 기록을 첨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아직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환자 본인이 챙겨야 합니다. 무엇을 챙겨야 하는 지 잘 모실 경우는 이렇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치료가 끝났으면 제가 다녔던 병의원에서 봐도 될까요? 그렇게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록을 복사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말이지요. 주치의 선생님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대학병원 입장에서도 환자분이 그렇게 개인의원이나 2차 병원을 다니시다가 중요한 치료가 있을 경우에만 대학병원에 오시기를 원한답니다. 단, 그냥 오시지 말고 꼭 필요한 기록을 챙겨오시라는 것입니다. 환자분이 아무리 설명을 잘 듣고 외우셔도 그 기록만큼  정확한 것은 없으므로 다시 돌아온 병의원의 의사들도 환자분을 다시 보는데 무척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덧글

  • Alias 2009/11/03 22:41 # 답글

    좋은 거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늑대별 2009/11/04 23:13 #

    뭘요..^^ 아주 작은 팁입니다..
  • theadadv 2009/11/04 00:45 # 답글

    개인적으론, 그냥 큰 수술 끝나면 자료를 퇴원시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늑대별 2009/11/04 23:17 #

    네, 정말 옳은 말씀이십니다. 최근 유행처럼 각 병원에서 받으려는 JCI인증프로그램에서는 퇴원환자에게 퇴원시 치료결과와 앞으로의 치료계획 등을 담은 "퇴원요약서"를 주라고 되어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환자에게 퇴원요약서를 주는 것이 원칙입니다만..퇴원시 검사결과가 완전히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고 외래에서 마저 마무리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답니다. 아직까지는요. 앞으로는 당연히 나갈 방향입니다. 그렇지만 당장은 이렇게라도 자신의 검사, 치료결과를 챙기시는 것이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 카루 2009/11/04 09:53 # 답글

    원래 환자가 진료기록을 요구하면 병원에서는 다 주게 되어있는데, 많은 분들이 그걸 잘 모르시더라고요.
  • 늑대별 2009/11/04 23:18 #

    그렇지요. 의무기록은 근본적으로 "환자의 것"이니까요.
  • 택씨 2009/11/04 10:17 # 답글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겠군요.
  • 늑대별 2009/11/04 23:18 #

    네~ 병원을 옮겨서 진료를 받으실 때는 꼭 챙기셔야 합니다.
  • 먹보 2009/11/04 10:54 # 답글

    맞습니다..저도 기록을 복사해서 가져간 적이 있답니다..
  • 늑대별 2009/11/04 23:19 #

    사실 환자도 다 기억을 할 수는 없으니 기록을 가져가시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요.
  • 윤구현 2009/11/04 14:35 # 삭제 답글

    며칠 전에 어떤 회원께서...
    어차피 병원 옮기면 새로 검사할텐데 굳이 차트를 가져가야하나요...라고 말씀하셔서
    길게 설명을 드렸습니다.

    한 번의 검사로(그것도 혈액, 초음파만으로..) 알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잘 모르세요...
    의사에게 많은 정보를 주어야 신뢰도 높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잘 모르구요...

  • 늑대별 2009/11/04 23:19 #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도 기록의 필요성을 참 많이 강조하는 데 막상 귀찮아서 안 가져 오시는 경우도 많구요...수고 많이 하시네요.^^
  • 동글이 2017/04/18 22:33 # 삭제 답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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