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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30대 여성환자와의 대화 진료실 이야기

오늘 30대초반 여성환자분이 오셨습니다. 오래전에 저한테서 위내시경을 받았던 환자분인데 최근 유산을 하신 적이 있고 다시 임신을 하기 전에 위가 괜찮은 지 확인하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6개월전에도 다른 병원에서 위내시경을 하신 적이 있답니다. 사실, 너무 자주 검사하시는 것 같지만 지난 번 임신을 하고서 입덧이 너무 심했고 속도 아프셨기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바도 아니어서 위내시경검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다음 질문은 수면내시경을 한 후 얼마나 있다가 임신을 해야 안전한가..였습니다. 수면유도를 하는 약물은 워낙 반감기가 짧고 빨리 배설되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상관없다고 대답하는데.."그래도 만약이라도.."라는 걱정을 하시더군요.

음....저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성격이 조금 못 됐는지도..^^) 환자 분이 수긍할 때까지 설명을 하지요.
 
" 사실, 의학에는 100%라는 것이 없다. 통계적으로 의미없는 차이를 보이면 그 것은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기형의 확률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고 만약 기형이 생긴다면 누구나 약물을 의심할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판명되거나 그 약물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예로 "B형간염산모에게서 모유수유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B형간염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를 모유수유를 한 그룹과 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서 연구를 해 보면 두 군 사이에 수직감염의 빈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지만 10%정도는 아무리 예방조치를 해도 수직감염이 이미 태반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만약에 모유수유를 한 산모가 아기에게 수직감염이 된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면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으면 괜찮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안전한 것을 알면서도 모유수유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는 의사도 있게 되는 것이다"

환자분도 일견 수긍을 하시면서도 아직까지는 미심쩍은 얼굴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제 첫 아이가 심실중격결손증(VSD)이거든요. 그런데 이 병원에서 임신 5개월까지 다니고 이후에는 미국에서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그 곳에서 출산을 했거든요? 그런데 전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어떻게 그 사실을 여기서도, 미국병원에서도 모를 수가 있나요?" 제가 반문 했습니다. " 아, 그러셨군요? 그럼 아기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혹시 수술 했나요?" "아니요. 작은 구멍이라고 그냥 두고보자고 해서 그냥 검사만 하고 있어요." "그렇죠? 아마..그 결손이 아주 작았을 거예요. 그래서 임신 중에 초음파검사를 해도 잘 안 보였을 거예요." "아니, 그래도 요즘 검사가 얼마나 정밀한데..그 걸 못 봐요?" "저기요..그렇게 되는 게 맞아요. 왜냐하면...만약 검사가 엄청나게 민감해서 (sensitivity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아주 작은 이상도 발견할 수 있다고 해 봐요. 그러면 당연히 정상인 아기도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거든요? (false positivity가 높아지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아마 아주 작은 이상이 있는 아기를 발견할 수도 있는 반면 분명히 별 이상이 없는 아기가 비정상으로 판정되어서 위험한 시술을 받게 되거나 어쩌면 인공유산을 시키는 일도 벌어질 겁니다. 그러니, 선별검사라는 것은 적당한 민감도를 가진 검사를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어쩌면 아주 작은 이상은 넘어가더라도 말입니다."

결국..대화는 수면유도제의 임신과 관계된 안전성으로부터 의사들이 산모에게 확신에 찬 그리고 단정적인 답을 해 주지 않는 이유로..그리고 선별검사방법에서 민감도의 문제로 엄청난(?) 궤적을 그리면서 끝났습니다. 시간은 꽤 걸렸지만 그래도 환자 분이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어느정도의 대답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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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수룡 2009/06/23 23:52 # 답글

    그분도 자세한 설명을 들어서 좋았을 것 같아요^^
  • 늑대별 2009/06/25 23:02 #

    이런 설명은 역시 환자분도 잘 들어주시고 반응이 좋아야 되는 것이지요. 말 못 알아 들이시거나 관심없어 하면 저도 시들해져서..^^
  • byontae 2009/06/24 00:38 # 답글

    이건 거의 대학 diagnostic medicine 강의 수준인걸요 :D
  • 늑대별 2009/06/25 23:03 #

    그래도 요즘은 잘 알아들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뭔가 전달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 때이지요. ^^
  • 노랑잠수함 2009/06/24 00:56 # 답글

    늑대별님...
    그런 환자가 하루에 열 명만 내원하면...
    아마 쓰러지실 것 같은데요. ㅋㅋ
  • 늑대별 2009/06/25 23:04 #

    하하...이런 경우는 제가 나서서 하는 것이니까요. 같은 답변도 더 간단하게 할 수도 있지요. 쓰러지지 않을만큼 잘 조절한답니다. (그래도 입이 마르기는 해요..^^)
  • 아빠늑대 2009/06/24 05:19 # 답글

    환자로서는 자세한 설명만큼 고마운 것이 없지요. 정말로...
  • 늑대별 2009/06/25 23:05 #

    그런데 정말 어떤 분들은(정말로요) 설명을 듣기 싫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설명을 하면 "겁을 준다"고 생각하시기도 하구요.
  • 2009/06/24 05:2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늑대별 2009/06/25 23:06 #

    아유, 과찬이십니다. 제가 워낙 이런 것 얘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 태아는 소우주 2009/06/24 06:45 # 삭제 답글

    그렇게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시다니
    검사자 당사자가 아닌 제 3자가 설명해주시는 것을 오히려 환자는 신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고생하셨네요.^^ B형 간염 얘기와 심실 중격 결손 얘기는 제 글과 트랙백 합니다.^^

  • 늑대별 2009/06/25 23:07 #

    아, 예 트랙백 감사하구요...핑백, 링크는 해 보셨나요?..^^
  • 마바리 2009/06/24 08:11 # 삭제 답글

    늑대별님도 발성연습이 필요하실 듯...^^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고해주세요~

    http://exeout2004.egloos.com/2416380
  • 늑대별 2009/06/25 23:08 #

    흐흐....저도 입으로 진료하는 의사 중의 하나이니까요...^^
  • 택씨 2009/06/24 09:17 # 답글

    확정적인 것이란 없는데.... 그래도 확실한 얘길 들어야 되는 거겠죠.
  • 늑대별 2009/06/25 23:11 #

    그렇죠. 확정적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 chloe 2009/06/24 10:38 # 삭제 답글

    근데 사실 저같은 소시민은 종종 보면 의사선생님이 좀 단정적으로 말해주셨으면 싶기도 하고 그러면 거기에 의존하고 싶....... 기도 하지요 (....)
  • 늑대별 2009/06/25 23:13 #

    맞습니다. 환자와 신뢰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간혹 확실하지 않더라도 단정적으로 판단을 내려주기도 해야 한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환자-의사의 신뢰관계가 많이 깨져있어서 의사들도 그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한다는 것을 더욱 부담스러워하지요. 뒷 탈이 무서워지거든요.
  • 윤구현 2009/06/24 13:56 # 삭제 답글

    이것만 제대로 이해해도...
    평생 의사와 생길만한 갈등의 절반 이상은 해결될걸요...
  • 늑대별 2009/06/25 23:13 #

    네, 환자와 의사와의 거리를 정말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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