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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이 많은 의사와 적은 의사 - 생각해봐야 할 점이지요. 진료실 이야기

경력이 많은 의사에게 갈까 적은 의사에게 갈까 by 애자일님.

정말 "의사의 경력이 많을 수록 실력이 떨어지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검증하기 참 어려운 문제이지요. 단순한 병에 대한 사망율로만 알 수 있는 것도 아닐테구요. 저로서도 그 답을 알 수는 없으므로 그냥 제 느낌과 경험만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의사의 교육은 아시다시피 의과대학에서 예과2년와 본과 4년을 거쳐 진행됩니다. (요즘은 의학전문대학원이 생겨 이런 경우는 일반대학 4년 + 의과전문대학원 4년이 되겠지요.) 본과를 졸업하면 국가고시를 거쳐 의사면허를 발부받지만...사실 이때는 의사라고 부르기는 좀 민망한 상태입니다. 머리에 지식은 있지만 (그리고 본과 때 일부 과를 돌면서 환자나 증례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적용하는데는 정말 난감한 상태이지요. 약 이름도, 용량도 제대로 모르고 수술을 해 본 적도 없는...그야말로 이제 "의사가 되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의사가 되는 트레이닝을 하는 과정은 역시 인턴과 레지던트입니다. 잡일을 하더라도 환자와 부딪치면서 윗사람이 하는 행동이나 의사결정과정을 곁눈질 하면서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환자와 대화도 하고 환자와 같이 울어도 보고 때로는 욕도 먹어가며 배우는 과정이 끝날 무렵...이제 전문의 시험을 치루고 전문의 자격을 받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과전반에 대한 지식이 가장 많았을 때가 그 쯤이었을 겁니다. 전문의 자격을 받은 후...스스로에게도 이 정도면 꽤 괜찮은 것 같아...라는 자부심이 들더군요.

그런데...전문의가 된 후 종합병원에 취직을 하고 환자를 보는데...문제가 덜컥 생겨버렸습니다. 왜냐...내과전공의 과정에서 배운 것은 거의 다 대학병원의 입원환자들입니다. 지방의 다른 병원에서 문제가 해결이 안 되어 입원해서 검사 받고 치료하고..중환자실도 들락거리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을 보는 방법을 배워왔던 것입니다. 그런데..막상 종합병원에 취직을 해서 환자를 보려니 그런 중한 환자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그런 중환은 이미 대학병원에 갔거나, 설사 나에게 오더라도 곧장 보내야 하는 경우이니까요. 외래에서 보는 환자는 감기환자나 가벼운 식중독, 담석증, 궤양, 위염, 과민성장증후군등등 스스로 걸어다니고 어쩌면 멀쩡해(?) 보이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입니다.

참...난감했습니다. 내가 배운 것과 실제로 적용할 대상이 괴리가 생겨버렸으니 말이지요. 게다가..교과서에 있는 대로 치료를 하면 안되는 우리나라이잖습니까. (감기 환자에게 "집에 가서 많이 주무시고 물 많이 드시고..약 없으니 열 나면 타이레놀이나.."라고 하면 멱살잡힐 상황...)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이 많은 선배 의사들에게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어떤 처방을 하지요? 저런 경우는 어떻게 설명을 하시나요?..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저는 제 앞에서 근무하셨던 선배 의사의 챠트와 처방을 꽤 많이 베꼈던 벤치마킹했습니다. 유용하더군요...^^

이제...전문의 15년, 아니, 16년차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옛날과는 반대로 저더러 중환을 보라고 하면 절대 못 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의학의 발달과 기기의 발달로 인해 제가 알고 있던 지식이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시 공부하면 어느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당장 보라고 하면 턱없는 이야기이지요. 대신..제가 많이 봐야하는 제 세부전문분야나 외래환자는 정말 잘 볼 자신이 있습니다. 이 분야는 그동안 여러 경로로 (저널이든, 학회나 연수프로그램이든) 업데이트가 되고 있고 또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계속 갈고 닦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구요.

사실...애자일님의 말씀 중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데, 실제로 대학교수라고 하더라도 엄청나게 빨리 발전하는 최신의학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는 경우는 (의외로 노교수 중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 분도 꽤 계십니다. 공부를 젊은 교수가 대신 해 줄 수는 없지요. 논문은 대신 써 주더라도..) 제가 봐도 답답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역류성식도염 환자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시는 분도 봤지요. 대학교수라고 하더라도 보직을 맡고 병원관리를 하시기 시작하면...환자를 직접 보는 것은 아무래도...

결국, 좋은 의사를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단지 경력이 많으냐, 적으냐만의 문제도 아니고..출신학교나 병원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자일님의 말씀 중에서도 (닥터스 싱킹의 부분이지만) 가장 공감을 하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환자에게 관심을 갖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질문에 잘 답해주고, 환자의 의구심에 진지하게 자신의 사고를 의심해 볼 수 있고, 또 환자에게 시간을 많이 배려할 수 있는 의사"

이런 의사가 좋은 의사일 것입니다.

덧) 사족을 붙이자면...이런 의사들이 환자에게는 환영을 받겠지만..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장 입장에서는 그리 환영을 받지 못 한다는 것이지요. 개원의라면 스스로 저렇게 행동하기가 쉽지 않을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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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의 경력과 실력간의 관계 2009/05/22 19:40 #

    의사, 아니 꼭 의사일 필요도 없군요. 어떤 종류의 직업이든 경력이 긴 사람이 더 나을까요.. 아니면 짧은 사람이 더 나을까요? 경력이 긴 사람은,오랫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일테고, 경력이 짧은 사람은,최신의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럼 어느쪽이 더 나을까요? 뭐 둘다 싫다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 압니다. 알아요.둘다 싫다...... more

덧글

  • cisplatin 2009/05/22 18:39 # 답글

    저같은 사람은 그저 늑대별님 말씀처럼 환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좋은 의사분이 많아지길 바랄뿐입니다^^
  • 늑대별 2009/05/25 16:38 #

    얘기를 잘 들어드리고 싶지만 현실이...흑흑.
  • 바른손 2009/05/22 19:32 # 답글

    좋은 말씀 오늘도 새겨듣고 갑니다.
  • 늑대별 2009/05/25 16:38 #

    에이...새기실 것 까지야..^^
  • Charlie 2009/05/22 19:46 # 답글

    언제나 기본이 중요한것이지요... ;) 트랙백 했어요~
  • 늑대별 2009/05/25 16:39 #

    그렇죠. 세상 돌아가는 원리는 결국 다 같으니까요. 주말에 심란해서 답글도 늦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갈교 2009/05/22 21:20 # 답글

    실력은 좋은데 입버릇이 매우 고약한 사람은 어떨까요?
    작년에 암으로 입원하셨던 이모가 그런 분을 만나셔서요. 뭐, 무사히 수술이 끝나긴 했지만요. (그나저나 한편으론 이모가 조금 유난스러우시기에 그런 선생님을 만나 다행이지 않았나...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_-;;;)
  • 늑대별 2009/05/25 16:40 #

    "실력은 좋은데 입버릇이 고약하다"면 닥터 하우스가 연상되는군요. 사실 저는 설명하는 방법이나 어법도 실력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reske 2009/05/22 23:48 # 답글

    본문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얘기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벼운 감기와 같은 병의 경우, 약이 굳이 필요하지 않으면 처방 안해주시는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절대다수의 환자들이 기왕 병원에 왔으면 약을 타가려고 하니까 의사들도 웬만하면 약을 지어준다는건 알지만.. 글쎄요 약이 꼭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약을 먹는건 또 왠지 찜찜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약이 필요한지 아닌지 제가 다 일일이 아는것도 아니고..
  • 늑대별 2009/05/25 16:42 #

    그게 맞는 것이지요. 제 경우는 이러저러해서 감기약은 이런 목적으로 쓰는 것이다. 사실 증상만 좋아지는 약이니 조금만 드시고 푹 쉬셔야 된다...고 말씀드리지요. 그래도 약 처방 받겠다는 분이 99%...제가 처방하는 감기약을 먹으면 잘 낫는데야...(사실 약이 특별한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는데...ㅠ.ㅠ)
  • 택씨 2009/05/23 16:34 # 답글

    Charlie님 글에서도 봤지만... 모든 분야의 전문가인 경우 적용이 되는 얘기 같아요.
  • 늑대별 2009/05/25 16:42 #

    그렇습니다. "원리는 하나"이지요.
  • 딸기우유 2009/05/24 00:07 # 삭제 답글

    순간에 만족하고 안주하고 둥지를 트려는 사람은
    과거에 남들보다 뛰어난 학업적성과를 거두었다하여도
    그자리에 머무르고 도퇴될수 밖에 없는듯합니다.

    배움과 학문에 대한 갈망을 스스로 느끼는 사람들이
    모든 분야에 있어 세상을 이끌수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네요..

  • 늑대별 2009/05/25 16:44 #

    너무 거창하게 표현하셔서...^^ 최소한 남에게 욕 먹지 않고 이상한 치료 안 하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 윤구현 2009/05/27 13:18 # 삭제 답글

    제 주변에 요즘 같은 불황에도 병원 잘 되시는 개원의 선생님들은...

    말씀하신 것을 잘 하시는 분들이십니다.

    단기간에야 오히려 손해가 된다고 생각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 마바리 2009/05/27 15:34 # 삭제

    근데, 그 단기간 버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그 단기간이 꽤 길더군요...)
  • 늑대별 2009/05/27 23:34 #

    윤구현 선생님의 말씀도 마바리 선생님의 말씀도 다 맞습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나가야하는데 도와주지 않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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