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비밀 준수 - 제 집사람의 검사결과를 알고 싶은데요? 진료실 이야기

저에게 오랫동안 다니시는 부부가 계십니다. 오늘은 남편분이 혼자 오셨지요. 상담을 하고 약을 처방을 받으신  후 나가시려다가
"그런데..Y씨 라고..제 집사람 있잖아요? 지난 번 국가암검진에서 이상이 있다고 통보를 받았는데 그 결과지를 잃어버려서요. 선생님이 결과를 다시 봐 주시면 안 될까요?" 라고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옛날같은 종이챠트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전자챠트입니다. 환자이름만 입력하고 생년월일 정도만 알면 챠트는 금방 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다니는 부부라는 걸 알기 때문에 순순히 그 분의 챠트를 찾아서 궁금하신 것을 알려드렸습니다만...."이게 불법이라는 것은 아셔야 됩니다."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환자의 의무기록과 의료정보는 비밀입니다. 여기서 "비밀"이라고 하는 것은 심지어는 가족이라도 그 사람의 비밀을 본인의 허락없이 알려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가끔 외래나 원무과에서 환자의 보호자가 와서 큰소리로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험회사등에 내야할 의무기록사본을 왜 보호자에게 발급해 주지 않는냐는 것이죠. 물론 대리인이 발급을 해 갈 수는 있지만 그런 경우 환자 본인의 위임장이 있어야 한답니다. 환자 본인의 동의없이 환자의 기록 사본을 내 주는 것은 환자의 비밀준수를 어기는 불법인 것이랍니다. 실제로...배우자의 산부인과 진료기록이나 비뇨기과 진료기록을 이혼소송등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렇지만..부부나 가족을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가족의 검사기록이나 결과를 알고 싶어하는 면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어서 제 나름대로 확실한 경우에는, 또 별 문제의 소지가 되지 않을 결과나 기록을 알려드리기는 합니다. 물론 사본같이 문서로 나가는 것은 절대 안되구요. 이래저래...어려운 세상살이입니다..^^

덧글

  • byontae 2009/01/14 23:57 # 답글

    한국은 가족, 친지라는 이유로 개인정보침해가 심심찮게 이루어지더군요. 예를들어 저도 모르는 새에 제 앞으로 인감도장이 생겨있다거나(..............) 아직 정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악용 되는 경우도 왕왕있는걸 보면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늑대별 2009/01/15 11:38 #

    우리나라는 자식은 부모꺼다..뭐 이런 인식들이 아직 많잖아요. 바뀌어야 하는 분분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 아이페오스 2009/01/15 00:34 # 답글

    자기 직전에 rss에 글 뜨는 거 보고 왔습니다. ^^;; 저는 칼같이 끊는 편입니다. 초진 환자의 경우 대리처방도 안 해주는 판이거든요. 개인의 권리는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설사 배우자라 해도 경우를 봐주지 않습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이런 case는 사실 정부에서 막으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법령은 마련해놓고, 홍보는 제대로 하지 않고 의사에게 설명하도록 시키기 때문에 의사-환자 관계가 깨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뭐, 따지고 보면 보험 관련한 사항도 마찬가지로 손 안대고 코 풀고 있지요.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거시적으로 봤을 때 제대로 된 의사-환자 관계를 맺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포스팅으로 한 번 써봐야겠습니다.
  • 늑대별 2009/01/15 11:39 #

    본의 아니게 그런 문제로 환자-의사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사실 많지요.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 Charlie 2009/01/15 01:02 # 답글

    부모자식, 부부관계라도 각자의 프라이버시란게 있는건데 말이예요.
    법으로 못 말하게 되고 강제성과 후환이 더 큰 미국에서도 이 문제는 시끄러워요. 왜 안되냐며 시끄럽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전 이걸 '존중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알고싶다면 본인에게 직접 들으면 될것을 꼭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아내려고 하는것부터 잘못됬다고 생각합니다.
  • 늑대별 2009/01/15 11:42 #

    미국에서는 그래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도 그런 문제로 시끄럽나 보군요? 어떤 때는 환자가 설명 다 듣고 나갔는데 부인이 다시 들어와서 "남편이 자기 병에 대해 얘기를 안하는데 저에게 다시 말해주세요.."라고까지 하더라구요. 물론 그런 경우는 "환자에게 들으세요.."라고 하지만은요..^^
  • 나무피리 2009/01/15 09:53 # 답글

    글을 읽고 덧글을 달아야지, 하고 다른 분들 덧글을 읽다가 Charlie 님 덧글을 보고
    제가 하고 싶었던 말씀을 어쩜 이리도 꼭같게 해주셨을까! 하고 동감해버렸답니다.

    저도 정말 존중의 문제, 라고 생각해요. 부부 사이, 부모자식 관계라고 무작정 알아내려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 늑대별 2009/01/15 11:43 #

    그게 아주 당연한 것인데도 그 당연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문제이지요..ㅠ.ㅠ
  • Mizar 2009/01/15 12:44 # 답글

    대리로 맡기는 본인이나 맡아서 대리로 알아보는 사람도 '어차피 우리끼린데..'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접근하기 때문이겠지요. 부탁을 할 경우에 일일이 위임장을 첨부하는게 상당히 귀찮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프라이버시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떠나서 실제로 악용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군요..;;
  • 꼬깔 2009/01/15 16:39 # 답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말입니다. 에구... ㅠ.ㅠ 아~ 그리고 늑대별님!! 축하드립니다. Egloos2008 Top100 트로피가 붙었는데요? :)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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