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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실수했을 때는 환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합시다. 진료실 이야기

미안하다 말하기 운동 by 김철중 기자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칼럼입니다. 읽어보면 결론은 우리 사회 전반에 서로를 배려하며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는 운동을 하자는 얘기이지만 저는 의료분쟁이 일어났을 때 의사가 환자나 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주목합니다.

본문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의사들도 인간이라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실수를 줄이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하고 과오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지만 그래도 신이 아닌 이상 사소한 것으로부터 어떤 때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한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몇년전 모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위암수술과 갑상선 수술 환자가 뒤바뀌어 위암환자는 갑상선을 떼고, 갑상선환자는 위를 떼는 사고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었지요. 얼마전 저에게 오랫동안 다녔던 젊은 여자환자분은 다른 병원에서 무릎관절의 내시경수술을 받았는데 왼쪽과 오른쪽을 바꿔서 수술받았다고 제게 하소연하신 적도 있습니다. 사실 이 보다 사소한 실수는 참 자주 일어납니다.

저도 심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열고 거의 처음에 올린 포스팅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맹장염 진단"에 있는 내용입니다.

2년전쯤이다. 이번에도 50대 중반의 남자분이다. 이 분은 약 한 달이상이나 되는 오랫동안의 복부불편감을 호소하고 오셨다. 마침 진료를 보러 오기 직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복부초음파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받으셨고 다 정상이라고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간단한 진찰을 해 봤지만 특이한 소견도 없고...그동안 해 본적이 없는 위내시경검사와 대장내시경검사를 해 보기로 했다.
며칠 후 시행한 위내시경검사는 별 이상 없었고, 대장내시경검사에서는 왼쪽 장에 작은 용종이 있어서 용종제거를 했다. 조직검사를 확인하러 1주일후에 오신 그 환자분은 검사 이후 증상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검사에서 별 이상도 없고 증상도 좋아진 것 보면 과민성장증후군이겠지"라는 생각으로 1-2년후 대장내시경검사 다시 해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기분좋게 보내드렸다.

그런데...다시 1주일 후쯤..예약도 없이 다시 그 분이 오셨다. 본인이 맹장염이 아니냐고 하신다. 그럴 리가? 맹장염이 이렇게 오랫동안 서서히 아플 리도 없고 그동안 검사도 (직장에서 검진도 했으니까) 많이 했지 않은가. "에이 그럴 리가 있나요?"라고 하고 약 처방해서 보내드렸는데....그날 바빠서 배를 만져보지 않았던 게 내 결정적 실수였다. 2일 후...그 분은 근처 개인의원에서 맹장이 터진 것 같으니 빨리 가보라는 얘기를 듣고 검사결과지를 갖고 다시 나타나신 것이었다. 결과를 보고 다시 진찰을 하니 누가봐도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된 상황이다. 식은 땀이 나고..어디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만 들고..내 자신이 한없이 바보같고...

할 수 없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환자 분이 맹장염 같다고 했을 때 제가 환자분 말씀에 귀를 귀울이지 않은 것은 정말 잘 못한 겁니다." 라고 정말 싹싹 빌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분명히 그것은  잘 못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분의 맹장염은 아마도 오래 전부터 염증이 있어왔고 항생제를 드셔서인지 조금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한 것 같고 최근 갑자기 더 곪으면서 터진 것 같다. 그래서 진단이 어려웠을 것 같지만...그래도 뒤늦게라도 진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었는데...

무척이나 화를 내시고 어이없어 하던 그 환자 분...외과에서 수술 받으시고 좋아진 후 퇴원하시기 전 해 주신 말이 너무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박선생 실력은 믿을 수 없지만..그래도 양심은 믿을 수 있소"

지금도 그 분에게 고마운 것은..비록 제가 실수를 하고 그 분 입장에서는 무척 화가 많이 나셨지만, 제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주셨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에 저에게 남기신 말씀이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심한 모욕같지만 저는 그 분의 말씀이 참 고마웠습니다. 제 양심은 믿어주셨다는 말씀이니까요..물론 그 분은 수술비를 감면받으셨지만 더 이상의 소위 말하는 정신적 위자료 운운하는것을 요구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의사들이 실수를 했을 때는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장 후환을 줄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상대방은 실수에 대해 화가 나고 나무라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의 악화는 막을 수 있습니다. 진심을 담아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봤던 책에서도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의 비율은 그 의사가 한 실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짐짝같은 취급,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것과 비례한다는 결론이 있더군요.

물론....세상사람들이 다 내 마음 같지는 않아서..쓸데없는 상상을 하고,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병의 악화나 오진에 대해서도 무리한 사과나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전문가인 의사들이 우리를 다 속이려한다"는 기본적인 의심이 깔려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원인 중 한 가지는 그동안 의사들이, 또 병원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해를 구할 것 마저도 숨기고, 속이고, 협박하고..그랬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백"으로 받아들이고 몰아치는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영원히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듯 싶습니다. 물론 결국 법정에서 해결(?)이야 되겠지만은...이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서 실수를 줄이고 또 환자와 의사 사이에 다시 돈독한 신뢰가 쌓이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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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한테 사과 받고 싶었던 경험. 2009/01/04 09:28 #

    의사가 실수했을 때는 환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합시다. by 늑대별님윗 글을 보고 나니 옛날 일이 생각난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나는 2005년 임신 23주에 양막이 파열돼서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데, 그 때는 충청도에 살아서 대전의 모 대학병원에 입원을 했었다.처음엔 원인 모를 출혈 때문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입원 중 갑자기 양수가 터진 것 같아서 호출을 했었다. 입원을 오래 한 내 짐작으로 치프 ...... more

덧글

  • 사칙연산 2009/01/02 16:04 # 답글

    사과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자기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깨닿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거 같습니다.
  • 늑대별 2009/01/02 20:54 #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이치를 따질 것은 따지고 그래야되지 않겠습니까? 그죠?
  • StarLArk 2009/01/02 17:12 # 답글

    하지만 소송이 들어온다면?
  • 늑대별 2009/01/02 21:00 #

    소송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그에 따라 대처를 해야겠지요. 문제는 잘 못된 부분에 대한 사과를 상대방에서 모든 면에서 "항복"한 것으로 간주하고 부당한(?)요구를 할 때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면을 너무 걱정해서 사실을 숨기고 뻔뻔하게 대한다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에 알파가 추가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사회전반에 신뢰가 구축되어야 하겠지만 법적으로도 고의가 아닌 과실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감면하게 하는 의료분쟁법안의 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 파파울프 2009/01/02 17:23 # 답글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에게 침 뱉을 사람 몇 되지 않지만... 위에 StarLArk님 말씀대로 고소 크리가 들어올 확률도 참 많으니...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그런걸로 일이 생기면 정말 귀찮잖아요.
  • 늑대별 2009/01/02 21:01 #

    그렇습니다. 최선은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예방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니 아주 없어질 수도 또한 없는...
  • organizer 2009/01/02 18:12 # 답글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사과하는 경우의 소송에 비하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합니다.

    >> 의료 소송 변호사들에 따르면, 의사가 인간적이거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뉘우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소송을 걸지 않는다고 한다. 건방지고 환자에게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의사가 주로 소송에 휘말린다는 것이다.

    소송의 천국인 미쿡에서의 결과라고 하니, 믿어도 되겠습니다.. <-- 아마도 누적된 case일테니..... ;;
  • 늑대별 2009/01/02 21:06 #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상...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줄 것이냐도 문제이긴 합니다. 제 경우는 정말 특별한 경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 소시민 2009/01/02 18:33 # 답글

    진솔한 사과라는 것이 비단 의료현장에서만 중요한게 아닌것 같습니다. 문득 모 게임의 명대사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 늑대별 2009/01/02 21:07 #

    그렇지요. 사람 사는 것은 다 마찬가지겠지요.
  • 하이컨셉 2009/01/02 20:25 # 삭제 답글

    참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 아닌지 ...
  • 늑대별 2009/01/02 21:09 #

    서로가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에 선뜻 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서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으니 말이지요. 사과를 하면 책잡힐 것 같고..불가항력이었다고 하면 뭔가 숨기고 있구나..그렇게 보고 말이지요.
  • 롬군 2009/01/03 00:27 # 답글

    미안하다 사랑한다 가 세상에서 제일 말하기 힘든 것들이 아닐까요 [..]
  • 늑대별 2009/01/03 20:36 #

    그럴 것 같습니다. 아주 가까이하는 사람에게도 하지 못하는 어려운 말이기도 하니까요..그러고보니 이건 영원한 숙제 같아 보이는군요..
  • PETER 2009/01/03 01:03 # 답글

    동감합니다. 자꾸만 환자와 싸우는 병원이 되가고 있는거 같아요. 환자도 의사도 서로서로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 늑대별 2009/01/03 20:37 #

    결국 대화는 없고 법정다툼만 남는 그런 황량한 관계가 될 것 같아요..
  • 보리차 2009/01/03 08:46 # 답글

    그 환자분 마지막 말씀이 참 애틋해서... 소설 대사로 써도 좋을 만큼 품격 있는 유머(?)...가 아니라;;; 복잡미묘한 한마디네요. 말 자체는 웃긴데 상황은 웃을 수가 없고, 의사 선생님의 양심이 흐뭇하고, 환자분의 용서가 흐뭇하다는 기분입니다.
  • 늑대별 2009/01/03 20:38 #

    참...듣고보면 명언이지요. 저도 그 말씀을 듣고는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 2009/01/03 19:2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늑대별 2009/01/03 20:39 #

    감사합니다. 사실은 과찬이십니다..^^
  • 2009/01/03 22:55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늑대별 2009/01/04 11:55 #

    ^^ 고마워..
  • 아트걸 2009/01/04 09:02 # 답글

    옛날 일이 생각나서 트랙백 하나 합니다. 덧글로 쓰기엔 너무 구구절절 긴 이야기라...^^;
  • 늑대별 2009/01/04 11:56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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