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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아이구 골치야" - 그래도 주의합시다. 진료실 이야기

두통은 참 진단이 어렵습니다. 머리를 두들겨 볼 수도 없고 만져볼 수도 없고 말이지요. 온통 딱딱한 머리뼈로 덮혀 있으니 속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게 뭡니까. 그렇지만, 두통은 정말 흔한 증상이지요. 좀 복잡한 일이 있을 때 우리는 버릇처럼 "아이구 골치야"라고 하지 않습니까. 두통의 흔한 원인은 (healthlog - 두통)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편두통에 대해서는(황야의 이리님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구요.

오늘 말씀 드릴 것은 제가 경험했던 정말 흔치 않은 두통을 말씀드리려합니다. 조금만 삐끗했으면 두 사람의 생명이 위험했던 순간들이었지요.

1. 오래전입니다. 지금 있는 병원말고 그 전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근처에 있는 남자 대학생이 어느 날 찾아왔습니다. 어디가 불편하느냐고 묻는 저에게 그 학생은 뒷머리가 며칠전부터 아프다고 했고 뒷머리쪽에서 자꾸 물 흐르는 소리 같은 게 들린다고..."물 흐르는 소리? 이런 것은 처음 들어보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진찰을 해 보니 혈압도 정상이고 특별한 신경학적인 이상소견도 없고 구토도 없는 멀쩡해(?) 보이는 20대 초반의 남학생에게 타이레놀과 약간의 안정제를 3일치를 준 후 그래도 계속 아프면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환자를 잊고 있었는데....5일쯤 지난 날 그 학생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약을 먹어도 전혀 낫지 않다고..아무래도 이상해서 CT를 찍어보자고 했고 결과는....무려 뇌혈관질환중의 하나인 동정맥기형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병은 뇌동맥에서 정맥으로 곧장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혈류가 가는 기형으로 뇌출혈의 위험이 매우 큰 병이지요. 머리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던 것은 동맥에서 정맥으로 피가 쉭쉭하고 지나가는 소리였던 것이었습니다. 어휴~ 급히 진료의뢰서 써서 신경외과로 보내고 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2. 3년전 쯤이었을 겁니다. 70대 후반 할아버지가 "요즘 기운이 없고 머리도 띵하고 소화가 안 돼~"라고 하시면서 외래로 오셨습니다. 그동안 검사다운 검사도 한 번도 안 받아 보셨고 요즘 통 식사를 못하셨다는군요. 만성병색은 보였지만 특별한 소견은 없었고..워낙 연세도 있으신데다가 식사도 통 못하신다니 며칠 입원해서 검사도 하고 수액도 맞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이 연세에 검사도 한 번도 안 받아 보셨다니..뭔가 암 같은게 있을거야.."라는 심정으로 검사를 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혈액검사나 x-ray나 위내시경검사도, 복부초음파검사도 별 이상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별 이상 없네? 하면서 다음 날 퇴원을 하기로 하고 수액을 맞고 있는데..회진을 가서 여쭤보니 다른 건 이제 괜찮은데 아직도 "골치가 띵~"하다고 하십니다. 뭐 검사도 다 했고 이제 할 것도 없는데 자꾸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니 뇌CT를 한번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조금 있다가...방사선과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환자분이 subdural hematoma인데요?" 으잉? 이게 뭔 얘기래? 화들짝 놀란 저는 대학에서 신경외과교수로 있는 후배한데 전화를 걸어 급히 환자를 이송했습니다. 그 친구 말로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뇌가 위축되면서 가끔 그렇게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더군요.

환자를 보는 일은 정말 외나무다리를 걷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삐끗하면 환자를 놓칠 수 있는 순간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간 게 도대체 몇 번인지...."그래도 착하게 살았나봐."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들입니다. 실수는 조그만 틈을 비집고 일어납니다. 또한 조그만 실마리가 병의 수수께끼도 풀어줍니다. 항상 운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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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케야르캐쳐 2008/11/17 23:03 # 답글

    이런 글을 보면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는 어무니를 볼때마다 더 불안해집니다. 에구.....
  • 늑대별 2008/11/18 07:57 #

    항상, 자주, 오랫동안 비슷하게 아프시다면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 2008/11/17 23:4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늑대별 2008/11/18 07:57 #

    그거야말로 긴장성두통일겁니다. 스트레스 풀리면 없어지는...^^
  • 꼬깔 2008/11/17 23:59 # 답글

    94년쯤 한 여학생이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저녁 무렵 갑자기 구토를 하면서 쓰러졌지요. 다행히 학원 옆에 병원이 있었고, 곧바로 CT를 찍었더니 뇌출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행히 수술 받고 괜찮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의사선생님 말씀이 선천적으로 모세혈관이 어쩌고 하는 말씀을 들었던 것 같아요.
  • 늑대별 2008/11/18 07:58 #

    아마 그 여학생의 병이 동정맥기형이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동정맥기형은 젊은 나이에 뇌출혈이 이미 일어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도 잘 회복되었다니 참 다행이군요.
  • 꼬깔 2008/11/19 11:48 #

    동정맥기형이란 것이 꽤 흔한가 보네요? 친구 형도 20대에 그런 경험을 했거든요. 지금은 건강하지만요... 운동하다가 쓰러졌어요 그형은...
  • 늑대별 2008/11/20 09:45 #

    빈도수가 많지만 않지만 꽤나 크게 일이 벌어지니까요..
  • 2008/11/18 09:5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늑대별 2008/11/18 13:59 #

    응? 그런 거였어?
  • 2008/11/18 18:14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늑대별 2008/11/18 21:51 #

    그런거랑 비슷하지..실마리를 찾아 원인을 찾아 들어가는 것..초동수사(문진)이 그래서 중요하기도 하고..여기서 잘 못 짚으면 엄청 고생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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