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만에 다시 찾아온 위암 환자. 진료실 이야기

며칠 전, 50대 중반의 여자 환자분이 찾아왔더랬습니다. 챠트를 보니 2004년 4월, 지금으로부터 딱 4년 6개월전 제가 내시경검사를 하고서 조기위암을 발견했던 환자였습니다.

당시 이 환자분은 약 1년간의 소화불량 증상으로 저에게 오셨습니다. 특별한 병력은 없고 아버님이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는 가족력만이 있었지요. 위내시경검사는 한번도 하지 않으셨더군요. 당연히 위내시경검사를 하자고 했고...본인도 그럴 생각이어서 위내시경검사를 했습니다.


위식도접합부입니다. 약간의 발적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minimal change의 역류성식도염 소견으로 판단했습니다. 검사를 하면서 이 것 때문에 소화불량을 느끼셨나? 했습니다.

위 상부 쪽입니다. 비교적 점막도 깨끗했고 헬리코박터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역시 식도염 때문인가? 하는 생각.

위 전정부입니다.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유문이라는 구멍이 보입니다. 역시 깨끗합니다. 이제 십이지장에 들어가서 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내시경을  turn해서 위각부를 보는 순간, 뭔가가 보입니다.
점막이 우둘두툴하고 색깔도 고르지 않는,주위와는 비교적 명확한 경계가 있는 병변이 보이시지요? 화살표 안 쪽입니다.
약간 공기를 뺐더니 주위와의 경계가 좀 더 명확해집니다.
전형적인 조기위암 소견입니다.

당연히 조직검사를 했고..내시경적 소견과 같이 암세포가 나왔지요. 1주일만에 검사결과를 알려드리고. (요즘은 당연히 본인에게 알려드립니다. 자신의 병을 알고 치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지요.) 조기위암으로 보이니 - 사실 조기위암이라는 것은 수술 후 전체적인 조직검사를 해야 최종진단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망하지 말고 이렇게 발견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수술을 하시면 95%이상 완치되니까요.

저희 외과 선생님께 의뢰를 드렸으나 며칠 후 큰 병원으로 가시겠다고 (사실 그리 어려운 수술은 아닌데 "암"이라고 하면 다들 "큰 병원"을 찾습니다.) 해서 저희 병원에서 검사한 기록과 사진을 모두 첨부해서 드렸습니다. 그 이후...지금까지 소식이 없으셨지요.

그런데 그 분이 며칠 전 다시 찾아오신 것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냐고 물어봤더니 원**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고 예상대로 점막만 침범한 아주 조기위암이라 항암치료도 없이 지금까지 잘 지내셨노라고...잘 진단해 줘서 고마웠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물론 좋은 소식을 들려줘서 무척 고마웠지요.

그나저나..그런데 왜 또 오셨더래요? 그 병원에서 정기검사 잘 하시고 계시는데? 그 분 말씀이..이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겠는데..아무래도 그 곳에서 받는 것보다 저한테 오셔서 검사를 받고 싶어서 오셨답니다. 그 곳에서 두번이나 예약을 했다가 대장내시경검사가 무서워서 두번 모두 취소를 하셨다네요. 그래서 생각을 하다 못 해 아무래도 저에게 오면 좀 편하게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 오셨다고...^^

하하...제가 검사를 하나 그 곳에서 하나 별 차이가 있지는 않겠지만...환자의 마음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그 환자분이 여기가 편하시다면 얼마든지..."잘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하고 예약을 잡아드렸습니다. 그동안 건강하게 지내신 것도 고맙고 저를 믿고 다시 찾아와 주신 것도 무척 고맙고 그러네요...대장내시경검사도 더 잘 해 드려야겠습니다...^^

덧글

  • Alias 2008/10/25 18:40 # 답글

    단골 잡으시는 실력으로 봐서는 늑대별님은 장사를 하셨어도 성공하실 분인 듯....ㅋㅋ
  • 늑대별 2008/10/26 10:19 #

    하하...사실 개업을 해도 잘 할 것이란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제 결론은 역시 의료는 서비스업이라는 겁니다. 칭찬으로 들어도 되지요?..^^
  • 나무피리 2008/10/25 18:46 # 답글

    :) 내시경 같은 경우는 받고 싶어도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런데 다시금 늑대별 님이 생각나셔서 찾아오신 걸 보면 다시금 의사선생님과 환자의 관계는 사람 사이의 관계구나 싶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안과를 가끔 가는데, 여러 군데를 가게 되더라도 결국 가장 많이 가는데는 저를 편하게 대해주셨던 곳이더라고요. 거기 가면 덜 무섭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 늑대별 2008/10/26 10:20 #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조금 더 특별하지만 모든 사업도 그리고 삶이라는 게 다 인간관계가 기본이 아니겠어요?
  • 두빵 2008/10/25 22:05 # 삭제 답글

    오....늑대별님은 정말로 ...첫번째 댓글처럼 성공하실 분이시군요...^.^

    전 왜 단골이 별로 없지?
  • 늑대별 2008/10/26 10:21 #

    하핫, 두빵님도 단골고객 많으실 것 같구만요. 괜히 겸손은...^^
  • 양깡 2008/10/25 22:56 # 삭제 답글

    정말 의사로써 기쁠 것 같습니다. 내시경 얼마전에 받았었는데 정말 눈물이 쏙~ 나더라고요. 참고 있는데도 눈에서는 물이 주루룩... ㅠㅠ 저도 선생님 찾아가야하겠습니다. :)
  • 늑대별 2008/10/26 10:22 #

    내시경검사야 원래 눈물, 콧물은 기본(?)인 검사인걸요. 양깡님이 오신다면 V.I.P 입죠..^^
  • Polycle 2008/10/25 23:55 # 답글

    EMR 하지 않으시고 외과에서 수술 받으신건가요? 타입 2나 3정도 되보이는데 아닌가요?
  • 늑대별 2008/10/26 10:23 #

    4년반전이잖아요..^^ 아마 요즘 같으면 분명 endoscopic mucosal dissection을 고려했을 겁니다. 그래도 나이가 50세였으니 안전함을 고려한다면 수술도 초이스가 될 것 같기는 하지만은요.
  • 江湖人 2008/10/26 00:56 # 답글

    환자분이 늑대별 님을 믿고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너무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왠지 뿌듯할 것 같은데요. ^^
  • 늑대별 2008/10/26 10:24 #

    환자가 의사를 믿어주고 다시 찾아와 주시는 것이 제일 큰 기쁨이지요.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 아이페오스 2008/10/26 09:17 # 답글

    'annual best rapport award'가 있다면 수상도 노려보실 만한 사례군요 :D

  • 늑대별 2008/10/26 10:25 #

    하하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훨씬 감동적인 사례들이 많을걸요? 다들 이렇게 얘기들을 안해서 그렇지요.
  • 에블바디 2008/10/26 21:37 # 답글

    늑대별님!!! 저는 서울에 사는 한 고등학생인데요.. 제가c형 간염이라는데..
    저 정말 c형 간염이 이렇게 안좋은건지 이제야 알았어요.. 저 c형간염떄문에 상담하고 싶은데..ㅠ 가능한가요?ㅠㅠ 답꼭 주세욤..
  • 늑대별 2008/10/27 07:26 #

    아..그러시군요. 요즘은 그래도 치료의 성과가 좋고 치료방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겁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이곳 블로그는 의료상담을 하려고 만든 곳은 아니라서요..구체적인 상담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상담을 하시고 조금 더 C형간염에 대해 아시고 싶으면 간사랑동우회(http://www.liverkorea.org/zbxe/)를 찾아가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 김진혁 2008/10/27 20:45 # 삭제

    감사합니다.. 여기 가보고 제 병에 대해 좀 더 알게된거 같은데요.. 근데 문제가.. 저희집이 가난해서 치료할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요.. 근데 태어날떄 엄마가 b형간염이라 옮긴거 라는데.. 항상 몸상태 떄문에 스트레스 받고 하긴하는데.. 너무 심해서 치료해야하는 상황은 아닌거 같거든요.. 근데 글을 읽어보니 이게 놧두면 간경증인가 간암으로 발생된다길래...ㅠ 꼭 치료를 해야하나요?
  • 늑대별 2008/10/27 22:15 #

    말씀을 들어보니 C형간염이 아니라 B형간염 같은데요? 우선 가까운 곳에서 검사를 하시고 정확한 진단을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 김진혁 2008/10/28 23:48 # 삭제

    켁.. B형간염에서 C형으로 안가나요? 저희아빠가 전C형 간염이라는데..ㄷ
  • 늑대별 2008/10/28 23:52 #

    네..B형간염과 C형간염은 전혀 다른 병입니다. 드물게 같이 감염될 수는 있지만은요. 정확한 진단이 먼저입니다. 꼭 검사 다시 해 보세요.
  • 네코쨩 2008/10/27 09:30 # 답글

    '대장내시경전문병원'으로 나가셔도 될것 같은데요? :)
  • 늑대별 2008/10/27 15:16 #

    칭찬으로 들립니다...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냥 제가 있는 병원을 "대장내시경전문병원"으로 만들려는 꿈도 있답니다..^^
  • Ha-1 2008/10/27 15:24 # 답글

    오오 내시경 본좌~!.. 내시경 같은 게 참 하기 부담스럽고 어려운 것인데 참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
  • 늑대별 2008/10/27 17:49 #

    본좌..그런 말도 들어보는군요. 감사합니다...^^ 흑..
  • 꼬깔 2008/10/29 10:08 # 답글

    와~ 그렇군요. :) 그나저나 대장내시경은 위내시경보다 더 힘든가요? ㅠ.ㅠ 그런 얘기를 들어본 듯해서요. 그리고 저게 바로 그 유문이군요. 아이들에게 유문반사란 것에 대해 알려주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 그리고 헬리코박터의 학명에도 유문과 관련한 명칭이 나오는 듯하던데, Helicobacter pylori의 종명이 유문과 관련한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렇다면 헬리코박터가 유문 근처에 많은 건가요?
  • 늑대별 2008/10/30 15:13 #

    대장내시경검사가 훨씬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요...^^ Helicobacter pylori 의 이름중에 pylori가 유문과 관계된 이름입니다. 유문을 pyloric ring 이라고 하거든요. 실제로 헬리코박터는 유문근처에 많이 있습니다.
  • 2008/10/29 10: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늑대별 2008/10/30 15:14 #

    서울은 서울인데..서쪽 끝이지요. 늑대별을 찾으시면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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